


책장



우리는 남겨진 책으로 문학사를 배운다. 그렇다면 쓰이지 못한 책은 어디에 있을까. 울프는 그 빈자리를 오래 바라본다.

울프가 요구한 건 거창한 영감이 아니다. 자기 수입과 문을 닫을 수 있는 방. 글을 쓰는 동안 누구의 부름에도 끌려가지 않을 조건이다.

화자는 해마다 받는 유산 덕에 생계 걱정이 가벼워졌다고 말한다. 남에게 잘 보이려고 쓰지 않아도 될 때, 생각은 다른 길로 간다.

울프는 셰익스피어만큼 재능 있는 누이를 상상한다. 배우고 무대에 설 길이 막혀 있다면, 같은 재능으로도 같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까.

울프는 앞선 여성 작가들의 흔적을 찾는다. 처음부터 혼자 길을 내야 하는 사람과 누군가의 문장을 디딜 수 있는 사람은 다르게 출발한다.

가령 둘에게 똑같이 세 시간이 생긴다. 한 사람은 문을 닫고 쓰고, 한 사람은 돌봄 전화에 매번 펜을 놓는다. 세 시간이 정말 같은 시간일까.

쓰지 못한 사람을 재능이 없었다고 말하기 전에, 그에게 문을 닫을 권리가 있었는지 물어야 한다. 울프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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